주민 투표를 통해본 오세훈 시장의 야심 잉여력 발산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 또한 구글 플러스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복사하고 약간 보강한 것입니다. 어제 개표 추이를 보다가 중간에 쓴 글이라 지금 뉴스에 좀 뒤쳐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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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추세를 보아하니 33.3% 미달은 거의 확정적인 듯. 만약 그렇다면 과연 오세훈 시장이 약속대로 사퇴를 할 것인가? 나는 별 잡음없이 깨끗하게 사퇴할 거라 본다. 그리고 그게 오 시장이 기대했던 시나리오 전개라고 믿는다. 물론 33.3%를 넘고, 개표 결과도 유리하게 나오는 상황은 차선 수준은 됐을테고, 최악의 수는 두말할 것도 없이 투표율은 충족하되 결과에서 지는 거였다. 사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안건 통과 자체가 아닌 투표율에만 시장직을 건 것은 정말이지 절묘한 한수였다. 여론조사를 봐서는 안건 통과 자체에 걸었어도 해볼만 했을텐데 굳이 투표율을 부각시킨 이유는, 바로 그 도박이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투표를 보이콧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투표에 참여하는 대다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일테고, 따라서 만에 하나 오시장의 뜻과 달리 개표까지 이어지더라도 아마 넉넉한 승리를 거둘 수 있어 지기 힘든 게임이 된 것. 한마디로 투표율이 33.3%를 넘어도 좋고 안 넘어도 좋은 꽃놀이 패다.

어쨌든 간에 지난 번 포스트에서 썼듯이 오세훈 시장이 바라는 것은 서울시의 건전한 운영이나 무상급식 저지 여부 따위가 아니라 마지막 남은 업그레이드, 대권 뿐일 수 밖에 없다. 서울 시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해서 여생을 조용히 묻혀 보낼 수 있는 인물이라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다. 그리고 대권을 위해서는 보잘 것 없는 지지율을 가진 서울시장으로 버티는 것보다 재야에 잠시 투신한 뒤,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꺼다. 당선돼서 2016년에 임기 마치면 얼마 안 있고 대선이니까 각이 딱 나오잖아? 여기까지는 당내 입지를 잘 확보해서 보수 성향이 아주 강한 지역구에 공천만 받으면 실현이 불가능한 계획은 아닐 듯. 이번 도박으로 한나라당 전체의 분위기에는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셈인데, 그걸 어떤 정치적 처신으로 무마해낼지가 관건일 것 같다.

어쨋든 이번 승부수 자체는 개인적으로 오세훈 시장 입장에선 훌륭한 한수였다고 본다. 물론 오세훈 시장의 향후 대권 성사 여부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아니다. 지난 번에도 썼듯이 이슈를 좀 잘못 잡은 편이라 전체 대중을 대상으로는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됐을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서울시장으로 조용히 임기를 마치는 건 대권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는 시나리오였다. 여기서 총선 출마, 승리까지 이어져서 차차기 대선에 유력 주자(그냥 필수요소 수준으로 끼워주는 정몽준 씨 같은 레벨 말고)로 등극하는데 성공한다면 오세훈씨의 정치(그 정치 말고 그 정치. ㅎㅎ) 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오세훈 서울 시장의 승부수. 그 뒤에 감춰진 의도는? 잉여력 발산

구글 플러스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올립니다. 요새는 거의 구글 플러스에서만 활동합니다.
(구글 플러스 초대장이 필요하신 분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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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김 보스정치로 대변되었던 한국 구세대 민주주의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막강 보스 이회창씨를 꺾고 당선이 되면서 사실상 마무리되고 현대 정치로 이전되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정치 시대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xx당 = 누구누구의 당이라는 공식, 다시 말해 한나라당 = 이회창 당, 민주당 = 김대중 당과 같이 막판 보스급의 누군가가 당의 실권이요, 존재가치요, 의문의 여지 없던 대권 주자이던 시대가 마무리되었단 얘기다. 

물론 박근혜 씨나 허경영 씨와 같은 준막판 보스급 인사들이 여전히 실존하지만, 박근혜 씨는 예전의 삼김이나 이회창 씨와 같은 절대 지존의 포스를 풍기고 있지 못 하며, 허경영 씨는 막판 보스래 봤자 뉴비용 앞마당 보스 아닌가? 다시 말해 이제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그 동안 인지도가 떨어졌던 누군가가 갑자기 당대표로 선출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바람몰이로 다크호스가 느닷없이 대선 주자로 선출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 되었단 얘기.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대통령과 이명박 현대통령이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는 역으로 현재 아무리 네임드 몹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더라도, 패치 한번으로 경험치용 몹으로 전락하도라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 되었으며, 별 이슈를 못 일으키고 얌전히 있다가는 순식간에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세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때 잊을만하면 매스컴에 등장하며 좋든 싫든 내 머리에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키던 정치인들이 얼마나 짧은 기간에 쉽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는지를 돌이켜보자. 그래서 가만 있어도 중간은 갈 것 같은 김문수 지사 같은 정치인도 끊임없이 돌출 발언들을 해대는 거다. 나도 있으니 잊지 말라 이거지.

문제는 오세훈 시장은 김문수 지사처럼 적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 그는 세련된 신사 이미지이지 흉터로 얼룩진 투사의 이미지가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진중권 씨하고 말싸움이 아주 진하게 붙어 이기더라도 도리어 손해가 갈 수 있는 이미지다. 헌데 만약 차기 대권 싸움이 오세훈 시장의 짠밥으로도 도전해볼만 하면 이런 이미지가 도움이 될텐데, 누가 봐도 오세훈 시장은 차기 대권으로 약하다. 자기도 잘 안다. 그래서 차차기를 노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서울시장 얌전히 하고 있으면 ('얌전히'의 정의에 따라 분개하는 분들이 많을 듯...) 차차기, 2017년에 누가 오세훈 시장을 기억해줄까? 당장 내년 대선 이슈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오세훈 시장은 아웃 오브 안중 따놓은 당상이다. 원래 코스대로라면 이번에 서울 시장 사퇴하고 대선 출마해야 그림이 나오는데, 현재 스코어는 어느 시나리오를 구상해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자기의 존재감을 보수층에 각인시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고 판단한 듯 하다. 마침 무상급식이라는, 특정된 적이 없어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을, 정책적 테마가 있지 않은가? 그 동안 이미지의 약점, 유약함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

사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직을 건 것은 의외로 별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제 오세훈 시장이 뭐가 아쉽겠나? 돈 충분하고 서울시장 이 만큼 해먹었는데 이제 도전할 건 대권 뿐. 이미 임기 한번 마친 서울시장 타이틀, 얶매일 필요 없다. 게다가 다음 시장은 하고 싶어도 못 할 게 거의 확실한 상황. 차라리 그까이꺼 내어 던져버리고 , 투사적 이미지를 얻음과 함께 대놓고 정치 본무대에 본격 투신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연 그의 도박이 성공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많이 회의적이다. 테마를 잘못 골랐다고 본다. 이번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는 진보층과 보수층, 양쪽 내부에서도 의견이 단합되지 못하고 갈리는 이슈다. 그런데 이번 도박이 어떻게 끝나더라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진보층이 오세훈 시장의 지지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 하지만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했던 보수층이나 중립 의견을 가졌던 보수층은 오세훈 시장의 무모한 도박을 수긍하지 못한 나머지 그 이름을 아예 선호 정치인 리스트에서 지워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더라도 오세훈 시장이 한나라당내에서 발언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정글에서?

한두번의 삽질로 완전히 잊혀져버린 정치인들의 이름들이 생각나는 밤이다. 홍사덕 씨는 지금 잠이 오시려나...


세입자가 정말 서러운 곳은 미국... 3 미국 정착기

그렇게 현 집주인에게 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해놓고 나니 어느 정도 응징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긴 했지만, 이제 남은 1개월 10일 안에 무조건 이사갈 집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돼버렸습니다. 타운하우스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craigslist 잠복에 들어갔는데, 이게 왠 복인지 꽤 괜찮아 보이는 듀플렉스가 눈에 띄는 것 아니겠습니까?

* 듀플렉스(duplex)란?
- 한 건물에 두 집이 같이 사는 주거 형태인데, 대개 층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우리 나라와 달리, 좌우로 세대가 구분돼있습니다. 즉, (대개의 경우) 가운데 벽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으로 생긴 집을 두 가구가 나눠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집주인이 한쪽을 쓰고 나머지 한쪽을 세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듀플렉스 사진. (저희 집은 아니고 웹에서 찾은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고, 현관 및 차고도 따로 있습니다.

당장 연락을 해서 약속을 정하고 주말에 찾아갔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집주인도 아주 상냥하고, 집도 널찍한 게 정말 좋더군요. 무엇보다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널찍한 뒷마당이었습니다. 이 듀플렉스 건물 자체는 좌우 대칭이지만, 대지는 비대칭이었는데, 뒷마당이 넓은 쪽을 세를 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근처 웬만한 싱글 하우스만한 뒷마당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집이 좀 낡긴 했었지만, 향후 몇주간의 공사를 통해 이중창 등 시설 개선을 해주겠다는 것도 장점이었구요. 참고로 이중창이 안 갖춰진 낡은 집은 제 아무리 따뜻한 캘리포니아라도 겨울엔 외풍으로 고생을 톡톡히 합니다. 안 그래도 미국 집들 난방은 온돌에 비해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데, 외풍까지 더해지면 난방은 하나마나 수준이거든요. 게다가 공사 때문에 제가 원하는 입주일과 주인이 원하는 입주일이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도 큰 장점이었죠.

이 집의 유일한 문제라면 렌트비였습니다. 타운하우스에 비해서 무려 월 $400이나 비싸더라구요. $200 차이 정도라면 정말 고민 없이 이 듀플렉스로 가겠는데요. 월 $400이면 그 타운하우스도 크게 부족한 게 없는 곳이라 굳이 그 만큼을 더 주고 선택해야 할지는 확신이 안 선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듀플렉스 자체만 놓고 봤을 떈 가격대 성능비로도 크게 빠지지 않는 것 같아 그곳도 일단 후보지로 올려두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토요일 밤, 타운하우스 주인에게서 이메일 한통이 배달됐습니다. 제 신용 정보를 조회해본 후 문제가 없으면 우리와 계약을 하고 싶고, 2월 1일에 시작하자는 걸로 하자는 짧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헉~! 이런 황당한 아줌마를 보겠나? 저랑 계약하고 싶다는 건 반가운 얘기인데, 2월 1일이라니, 계약 시작일이 너무 뜬금 없는 겁니다. 제가 지난번 편에 적은 최후 제시 조건인 '2주일 뒤'도 그걸 얘기한 날 기준으로도 2월 4일이었는데, 이제 주말도 꽤 보낸 시점에서 아무런 협의도 없이 2월 1일이라니? 1주일하고 딱 이틀 밖에 여유가 없는 시간입니다.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타운하우스를 아예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나도 계약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시작일을 비롯한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얘기하자'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듀플렉스 쪽에도 렌트 신청서를 냈습니다. (렌트 신청서는 여러 군데에 내도 됩니다. 나중에 본인이 선택돼서 계약하자는 제의를 받더라도 그 때 가서 다른 곳이 마음에 들면 거절하면 됩니다. 단, 원래는 신청서를 정식으로 처리하게 되면 얼마 간의 신용 조회 비용을 받는 것이 원칙이고, 렌트 신청서에 수많은 개인 정보를 적게 돼있으니 꼭 마음에 있는 집에만 신청서를 내는 게 좋겠죠.)

그리고, 이틀 뒤, 듀플렉스 주인에게도 우리와 계약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제 칼자루는 제게 온 거죠. 아내와 얘기를 해본 결과, 듀플렉스는 좋긴 하지만, 타운하우스 쪽의 가격대 성능비를 선택하기로 하고, 그 주인과 입주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타운하우스 집주인의 성격이 좀 걱정되긴 했는데, 입주일 문제를 얘기하면서 봐서 어느 정도 세입자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는 확신이 들면 괜찮겠다 싶었죠. 듀플렉스 주인에게는 다음 날 정오까지 선택을 해서 알려주겠다고 부탁을 해두었구요. 그런데, 이 타운하우스 주인, 그냥 막무가내입니다. 2월 1일이면 이제 1주일 밖에 안 남았다, 어떻게 이사를 준비하란 말이냐고 항변해봐도, 자기는 2월 1일 아니면 안 되고, 제가 그 날이 싫다고 하면 그냥 다른 사람을 알아보겠다네요? 심지어 입주일을 늦추는 대신 계약기간을 집주인에게 유리하도록 늘려서 장기적으로는 수입이 더 늘어나도록 해주는 안까지 제시했는데 자기는 오직 입주일 하나만 보고, 하루도 양보 못 하겠답니다. 사실 이거, 엄청난 똥배짱입니다. 저랑 안 되면 새로 보러오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중 1주일 뒤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제 급한 사정을 대충 눈치 채고, 무리한 제안이라도 차마 거절하지 못 하리라는 생각에 무조건 버티기로 나오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협상의 나라 미국에선 웬만하면 자기의 급한 사정은 상대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방심하고 있다가 뼈저리게 배운 거죠.)

이쯤 되면, 돈도 돈이지만, 집주인이 이렇게 못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 살기에 좀 힘들지 않을까가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렌트로 살다가 집 시설물에 문제가 생기면 집주인이 고쳐줘야 합니다. 물론 세입자의 잘못이 명백하면 직접 고치던가 해야지만요. 우리 나라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미국 쪽이 고쳐줘야 하는 대상물의 범위가 좀 더 넓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는 보일러 등 큼직 큼직한 시설물이 고장났을 때만 고쳐주지, 커튼처럼 사소한 게 고장나면 세입자가 알아서 해야 하잖아요? 미국은 집주인이 그런 것까지 책임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격 나쁜 집주인이라면 과연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냐가 심히 의심스러운 거죠.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보증금입니다. 윗 단락 얘기와 정 반대의 케이스로, 렌트를 시작할 때 세입자는 보통 월세의 1~2배에 해당하는 보증금(security deposit)을 냅니다.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은 집 상태를 점검해서 세입자가 더럽히거나 고장낸 시설물을 모두 수리하고, 보증금에서 그 수리대금을 차감한 뒤에 돌려줍니다. 근데, 수리 여부와 수리 범위를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주인에게 달려있어요. 고로, 성격 고약한 집주인은 그 보증금을 남용하여 세입자가 잘못 하지 않은 부분에까지 맘대로 쓸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정확하게 어디 어디를 왜 고쳤는지 세입자에게 고지하긴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웬만해선 항의해서 정정 금액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쟁으로 가게 되면 그것 자체가 시간과 돈이니까요. 그냥 더러워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이런 점들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정말 이 타운하우스로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됐습니다. 정말 대비되는 게, 듀플렉스 집주인은 뭘 얘기하거나 물어봐도 어찌나 솔직하고 상냥하게 대해주는지... 마음 같아서는 타운하우스 쪽은 당장 bye bye하고 싶었죠. 근데 그 놈의 $400 차이가... 2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천만원 차이인지라;;;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거의 타운하우스를 포기하기 직전에 미국에 오래 산 지인들께 마지막 조언을 구했는데, 그 중 한분이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상종해선 안 될 집주인이 맞긴 맞지만 1989년에 지은 집이고, 현재 상태가 괜찮으면 집 기물이 고장날 일이 적은지라 아마도 사는 동안 집주인 대면할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집주인 성격'이라는 요소가 더 작을 수도 있다는 거죠.

* 참고로, 제가 조언을 부탁한 세 분의 지인이 그 타운하우스 집주인의 국적을 모두 단박에 알아맞췄습니다. ㅎㅎ 그 나라 사람이 그런 경향이 아주 심하다더군요. 혹시라도 인종 차별 발언으로 번질까봐 어느 나라인지 적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예, 생각하시는 그 나라입니다. :)

집사람과 이 문제를 두고 장시간을 토론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1) 그 분이 주신 조언이 맞다. 집주인 요소는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2) 듀플렉스 주인 인상이 좋은 건 사실인데, 그 쪽이랑 돈 문제가 얽힌 적이 없지 않느냐? 그 사람도 돈 문제 나오면 사람 바뀔 수 있다. 라는 이유에서 굴욕을 감수하고 타운하우스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얼른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서 타운하우스 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만, 그 사람 일이 바쁜건지 쉽사리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전을 거의 다 보내고, 듀플렉스 주인에게 제 결정을 알려야 할 정오가 돼버렸네요. 원래는 듀플렉스 주인에게 타운하우스로 결정했다고 확답을 줘야 하는데, 타운하우스쪽과 연락이 되질 않으니 만약을 대비해서 그렇게 할 수는 없겠더군요.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고, 아직도 결론은 못 내렸는데 아마도 타운하우스 쪽으로 결정내릴 것 같다. 혹시라도 다른 세입자가 나서면 그 사람과 게약해라. 기다려 달란 말은 못 하겠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겠다."라고 약간 여운을 남겨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뒤,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마침내 타운하우스 주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OK. 2/1로 하자.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하니 호호호호~ 하고 웃는 게 어찌나 가증스러운지... -_-;;; 그래도 어쩌겠어요? 당장 아쉬운 건 전데... 흑... 가족의 주거를 두고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 날 결정을 내리기까지 9일 간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얼른 매듭을 짓고 싶어 당장 오늘 저녁에 계약을 하자고 부탁을 했고, 집주인도 계약서를 이메일로 보내줄테니 확인하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또, 몇 시간 뒤, 듀플렉스 주인에게도 확인 답장이 왔습니다. 제 선택을 알려줘서 고맙고, 혹시라도 제가 그 집의 어떤 점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알려준다면 다른 세입자를 구할 때 큰 도움이 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주인이 계약을 제안했는데 거절 당하면 이런 사후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메일에까지 어찌나 예의 바르고 유머가 있는지 극명한 대조가 되면서 굴욕 협상을 해야 하는 제 마음이 아프더라는... 흑... 집은 좋은데 가격대 성능비가 문제였고, 오래된 집이다 보니 어떤 어떤 점들을 좀 딸리더라는 답변을 보내주고, 어쨌든 간에 결정이 끝났으니 후련한 마음으로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하기로 한 저녁 시간이 다 돼가는데 타운하우스 주인에게세 계약서는 커녕 언제 만나자는 얘기조차 없는 거예요. 뭐가 좀 이상하다... 내가 전화를 해볼까 하고 있는 차에 메일이 한통 띵~ 날라왔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내용이었는데,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가득차 있었고, 어쩄거나 결론은,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우선 순위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최후로 의사를 물어봐야 하고 그 사람이 싫다고 하면 저랑 계약을 하겠다네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저랑 계약하자는 얘길 한 게 며칠 전부터인데?!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건데, 이건 분명히 이번 주말에 입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오늘 저녁 당장 집을 한번 보자고 해서 그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어차피 나는 다음 주 화요일 계약 시작인데, 그 며칠 차이의 렌트비를 더 벌어보자고 이렇게 신의를 저버리다니?! 보자보자 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서 '뭐 이런 미친 x이 다 있냐, 일단 이 집은 무조건 안 간다'라고 다짐하고, 퇴근 픽업을 하러 온 아내에게 얼마 동안 호텔 생활을 할 각오가 돼있는지 서로 다짐을 하는 와중,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타운하우스 주인이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확인하고 싶지도 않아 전화를 받지 않고 집으로 운전해서 왔더니만, 메일이 두통이 와있네요? 한통은 타운하우스 주인, 한통은 듀플렉스 주인. 타운하우스 주인은 아주 짤막하게 (새 입주 후보자에게 집을 보여준 게 잘 안 돼서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급하게 쓴 게 확실해보이는;;;) '방금 그 메일은 취소. 타운하우스는 네 것임.' 이라는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더군요. 그러면 뭐해? 난 너한테 1센트도 보태주기 싫은데? 그 다음에 듀플렉스 주인이 보낸 메일을 열어봤습니다.

Thanks for your feedback! 
(의견 줘서 고마워!)

I have to admit among all the people who came see the place, I prefer to have you guys living next door.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집 보러 온 사람들 중에 너희 가족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이웃이 됐으면 했어.)

 I discussed with my husband and we feel it's more important to have people we like, so if rent is a barrier, we're willing to take $x,x00.
(남편하고 상의해봤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을 들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혹시 렌트비가 문제라면 $x,x00로 렌트비를 깎아줄께.)

(이하는 집을 어떤 식으로 더 개선해주겠다는 약속이라 생략)
* 이건 원문을 공개해야 그 때의 반전 쾌감이 살아날 듯해서... ㅎㅎ

아~ 이런 급반전이!!! 렌트비가 내려간 것 자체가 일단 좋은 일이죠. 근데 정말 감동인 건, 이 집은 아직 공사가 끝나려면 기간이 많이 남아서 세입자를 구할 시간 여유가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렌트비를 깎아서 우리 가족에게 특별히 제안을 해주다니요? 사실 그 집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절대 비싼 렌트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남은 기간 동안 세입자를 구해볼만 했었는데... 렌트비가 내려간 기쁨 + 집주인에게 느낀 감동에 당장 계약을 승낙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그 다음 날 찾아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

결국 어느 날 날라온 현재 집주인의 메일로 시작된 집 구하기 해프닝이 몇번의 고민과 반전 끝에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시세보다 조금 싸게 들어가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거기에 욕심이 과했던 타운하우스 주인도 응징이 되었구요. 한 동안 들어오는 연락을 무시한 뒤에 애매하게 부정적인 답변을 주고 연락을 끊었더니,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주말 내내 집을 내놓지 못하다가 결국 월요일(1/31)이 돼서야 집을 craigslist에 새로 내놓았더라구요. 아마도 빨라봤자 2월 중순 쯤에나 들어올 사람을 구하겠죠. 근데 정말 가관인 건 새로 내놓으면서 렌트비를 살짝 올렸더라구요. 정말 대단한 인간입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급해져서 렌트비를 내리는데;;; 이 아주머니는 정말 명물급인 듯. YOU WIN!!! 

하긴, 돌이켜보면 타운하우스 집주인의 탐욕과 삽질 덕분에 제가 오히려 듀플렉스를 싸게 들어간 셈이니 고마워해야 할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우연 몇가지가 맞아 떨어져서 해피 엔딩이 된 셈입니다. 예를 들어 타운하우스 집주인이 마지막 날 오전에 전화를 받았다면? 저는 듀플렉스 쪽에 확실하게 거절 메일을 보냈을테고, 이런 결과로 이어지진 못 했겠죠.

이제 저희는 몇주 뒤에 있을 이사를 하나둘씩 준비 중입니다. 미국은 이사 비용을 시간제로 받기 때문에 미리 짐을 많이 싸놓을수록 돈이 절약되거든요. 얼른 이사를 가서 넓은 뒷뜰에 작은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



P.S. 사실, 제가 황당한 일을 연속해서 겪어서 그렇지, 미국에서 집구하기가 꼭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습니다. 특히, 미국 특유의 주거 생활 장점 중 몇가지를 포기하고 아파트 위주로 알아보면 쉽게 진행이 되는 경우도 많구요. (미국 아파트의 개념은 기업이 지어서 팔지 않고 모두 렌트를 주는 연립 주택입니다. 따라서 기업 대 개인으로 계약을 맺는지라 냉정한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인 대 개인 계약보다 평균적으로 깔끔한 업무 처리가 장점입니다.) 저처럼 원하는 지역에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없을 때가 좀 힘들지요.

세입자가 정말 서러운 곳은 미국... 2 미국 정착기

미국에서 월세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적은 지난 번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제가 고생했던 경험담을 기본으로 해서 미국의 렌트 계약 형태 및 관습을 적어나가 보겠습니다. 요즘 일이 바쁘고, 내용도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은근슬쩍 지난 번 글에서 '1'이라는 숫자를 떼고 그냥 그 글로 마무리해보려 했는데, 제 블로그의 열렬한 (그리고 유일한?) 애독자인 마눌님께서 후속편을 너무 보고 싶어해서 글을 이어나갑니다. 근데 여보, 이거 여보는 다 아는 얘기잖아.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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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작년 8월 말에 입국하자마자 가장 서두른 일은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에 집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미국 정착 초기에서 겪을 난관들을 대비해서 저만 한달 가량 먼저 와서 생활 기반을 잡기로 했었거든요. 지난 번 글에 적었듯이 정말 집 구하기 힘들더군요. 별로 넓지도 않은 팔로 알토에서 몇가지 조건을 달아놓고 보다보니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 마음이 드는 집이 1주일에 한집조차 나올까 말까한 거예요. 이러다 아내와 아이들이 도착할 때까지 집을 못 구하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 쯤,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보다 6개월 가량 먼저 미국에 도착해서 지내던 대학/회사 선배가 이번에 집을 사게 돼서 본인이 살던 집을 저에게 sublease 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 Sublease(sublet)란?
- 우리 나라의 전전세와 비슷한 개념으로, 세입자가 다시 세를 주는 것입니다. 미국 rent 계약은 보통 우리 나라의 2년보다 짧은 1년 단위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다보면 돌발 상황 때문에 1년을 다 못 채우는 경우가 생기겠죠. 이 경우 남은 계약기간의 처리 방식은 우리 나라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원칙은 계약 기간을 다 채우는 것이지만, 다른 세입자를 구해주고 나가는 방식으로 많이 해결하죠. 근데 실제로는 집주인의 협조도 면에서 유연성은 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무조건 계약 기간을 다 채울 것을 고집한다면 남은 월세를 그냥 날리던가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대안이 sublease입니다. (이것도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긴 합니다만...) 자기에게 남은 계약기간 동안 살아줄 또 다른 세입자를 구해 그 사람에게 세를 주는 것이죠. 그리고 sublease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렌트비의 일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제 선배가 고맙게도 이렇게 해주었습니다.)

당장 찾아가서 보니 집도 마음에 들고, 매니저(집주인의 본업이 바쁘거나, 먼 곳에 살 경우 전업 매니저를 통해 렌트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를 만나보니 이 집은 계속 렌트를 주는 집이라 제가 원하면 1~2년은 더 살 수 있고, 그럴 사람을 원한다길래 고민 없이 계약을 맺고 선배가 이사 나가는 날 제가 이사해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집을 구해 식구들을 맞이하고 바쁘지만 알콩달콩 지낸지 약 4개월이 지난 즈음, 그 동안 연락 한번 없었던 집주인 부부에게서 이메일이 날라왔습니다. 마침 제가 사는 팔로 알토를 방문할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저희와 인사를 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겁니다. 본인들이 한국에 13년을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 아주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와 올해에도 기존 매니저가 계속 렌트 관리를 해줄 것이라는 등 뭔가 안심을 시켜주려는 듯한 얘기들이 같이 있었지만 어쩐지 '향후 계획'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뭐 최악의 케이스래봤자 렌트비를 좀 올려달라는 거겠지'라는 마음으로 약속을 정하고 집주인 부부를 맞이했는데... 대략의 인사와 잡담이 끝나고 청천벽력과 같은 발언이 나왔습니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올해 5~6월 경 어쩌면 집을 팔기위해 내놓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와 1년 계약을 하지는 못하겠고 대신 month-to-month 계약을 하자고 하더군요.

* Month-to-month란?
- 위에 적었듯이 미국의 렌트 계약은 1년이 보통이고, 중간에 해지를 할 경우 곤란한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중도 해지가 예상될 경우 하는 계약이 month-to-month입니다. 말 그대로 달 단위로 계약을 한다는 건데요.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한달 전에 알리고 계약을 중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 다음 달까지만 살고 나갈께."라던가 "다음 달부터는 렌트비를 올려줘야겠어. 싫으면 이번 달까지만 살고 집 비워줘."라는 얘기를 한달 전에 할 수 있다는 거죠. 당연히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계약이므로 보통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릅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month-to-month를 원할 경우(처음 입주할 때부터는 안 해주고, 1년 이상 살고 나면 month-to-month 전환을 허락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은 허락을 하되, 기존의 렌트비보다 조금 올려서 받는 게 보통이죠.

아니, 그 동안 겨우 4개월 살면서 이 집에 맞춰서 가구도 하나씩 IKEA에서 사와서 손수 조립하고, 이제서야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중간에 나가야할지도 모른다니... 눈앞이 노래지더군요. 그렇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어긴 것도 없고, (1~2년 더 살 사람을 원한다는 건 계약 내용이 아니라 구두로, 그것도 대리인을 통해 한 얘기이니까요.) 집을 정말 팔고 싶으면 그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니 저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셈입니다. 일단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원래는 1년 계약을 새로 맺고 싶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니 난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대답하고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주인, 자꾸 구체적인 계약조건(렌트비는 그대로, 계약 변경 시 60일 전에 알림)을 늘어놓으면서, 오늘 당장 계약서를 쓰자고 말을 하는 둥, 계약을 새로 맺는 걸 확정지으려고 하더라구요. 일단은 계약서 쓸 준비도 안 돼있고 해서 어떻게 어떻게 돌려 보냈습니다.

근데 얼이 빠진채로 회사에 와서 다른 분들 얘기도 듣고,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니, 이거... 뭐가 많이 이상하더라구요. 위에 쓴대로 집 파는 거야 그 사람 마음이고, 그래서 우리랑 month-to-month 계약을 맺고 싶어하는 것까지는 우리 가족 사연까지 봐주지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있곘지 하고 이해하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때 내세운 계약 조건이 저에겐 택도 없이 불리한 내용들 뿐인 겁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아쉬워서 month-to-month를 하자고 하려면 최소한 렌트비는 좀 깎아주는 게 맞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중간에 이사 나가게 될 경우 이사비 + 알파라도 보장을 해주던가? 제가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텐데 고작 3~4개월을 살자고 렌트를 구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가구가 다 갖춰진 furnished house면 몰라도, 그거 짧게 살자고 들어올 때 나갈 때 이사 비용 다 내고, 번거로움까지 감수하려면 렌트비가 아주 싸지 않은 이상 아무도 관심이 없겠죠. 

그리고 계약 변경 시 60일 전에 미리 알리는 거야,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쉽게 가능하지만(여기서 집을 팔기로 결심해서 실제로 매매가 이뤄지려면 60일 이상이 걸립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60일 이전 알림이면 오히려 불리한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중간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와서 그리로 옮기기로 결심해도 60일 뒤에나 현재 집에서 나올 수 있으니, 결국 최악의 경우 두 달 렌트비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이메일에 구체적인 내용 없이 마치 가벼운 방문인 듯한 내용만 적고,  방문한 자리에서 자꾸 계약을 요구한 것도 미국의 렌트 계약 방식이나 관례에 무지한 제가 이런 부분들을 파악할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죠.

그래서 집주인에게 다시 연락하여 계약 조건을 협상할까 하고 있는데, 회사 동료분이 우연히 craigslist에서 발견한 타운하우스 하나를 알려줬습니다. 그분이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단지에서 그분의 집과 똑같은 평면도의 집이 나왔는데 조건이 꽤 좋았습니다. 제가 그분 집 구할 때 같이 가봤는데 집도 아주 최신(1989년;;; 지난 번 글에 썼지만 미국에선 이 정도면 정말 엄청 새삥 집이라구요!)이라서 주차 공간이 협소한 것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빠지는 게 없고, 위치도 회사에서 가까워서 맘에 들었던 곳이었습니다. 렌트비도 나쁘지 않았구요.

* 타운하우스란?
- 우리나라에도 타운하우스가 있죠. 하지만 미국과는 다른 개념인 듯 합니다. (아파트, 콘도도 미국과 한국의 개념이 다릅니다.) 미국의 타운하우스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양쪽(혹은 가장자리 집은 한쪽) 벽은 옆집과 공유하되, 아래 위로는 1층부터 꼭대기층(이래봤자 2층이나 3층)까지 한 집이 다 쓰는 집'입니다. 즉, 똑같이 생긴 2~3층짜리 단독주택 여러 채가 일렬로 붙어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콘도나 아파트에 비해 층간 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장점이죠. 작지만 집마다 독립된 뒷뜰이 붙어있는 경우도 있구요.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캡쳐한 전형적인 미국의 타운하우스 사진
각 집마다 입구는 1층에 있고, 1, 2층 모두 한집이 쓰게 돼있습니다.

당장 연락해서 집주인과 약속을 정하고 그날 저녁에 집을 보러 갔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직접 가보니 관리도 아주 잘 돼있고, 얘기만 잘 되면 별 다른 문제 없이 바로 입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존 집주인과 협상을 하려던 계획은 바로 취소하고, 현 계약이 끝나는 2월 말 이전에 이사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바로 새로 본 타운하우스의 집주인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이 집주인은 제 직장과 가족으로 봐서는 신용 문제나 집 관리 문제가 걸리지 않고 우리랑 계약하고 싶다는데, 단 하나, 입주일이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2월 말이 계약 만료이므로 가능하면 늦게 들어가는 것이 좋고, 집주인은 당연히 일찍 들어와서 렌트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 좋죠. 그래서 1편에 썼듯이 보통은 어느 정도 서로 양보가 되는 선에서 입주일을 정하는데, 이 집주인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무조건 빨리 들어오는 사람을 골라서 계약하겠답니다. 

(저) 3주 뒤에 이사들어갈테니 나랑 계약하자. (3주 뒤라도 2월 말까지는 한참이라 전 꽤 큰 금액을 손해봐야 했습니다.) 
(집주인) 안 된다, 더 빨리 들어올 사람을 원한다. 
- 이건 예상했던 반응이었습니다. 보통은 3주 뒤 정도면 마음씨 좋은 주인은 OK 하는데 이 집주인은 대놓고 빨리 들어오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호락호락할 것 같지가 않았거든요.

(저) 그럼 2주 뒤에 들어가는 걸로 해주면 오늘 바로 계약하겠다. 
(집주인) 음... 그래도 난 혹시 더 빨리 들어올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 이건 좀 심하다 싶었습니다. 계약일 후 2주 정도의 이사 준비 여유는 주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포장 이사가 잘 돼있는 것도 아니고, 준비 없이 업체에 다 맡기면 이사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2주 안에 이사하려면 이사 업체 예약 자체가 힘들 수도 있구요.

전 그래도 이 집을 웬만하면 꼭 잡고 싶어서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결정하기 전에 나한테 꼭 연락을 달라. 내가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는지 협상해보자."라고 부탁을 해뒀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어디 3주 안에 들어올 사람 구할 수 있나 보자. 아마 결국 나한테 다시 연락하게 될 껄?'하고 배짱을 튕기겠지만 아내, 애들과 같이 타국에서 집 없는 신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조건 뭐라도 하나는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어쩄든 이 타운하우스는 제가 한달 렌트비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내와 의논하고 현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다는 걸 알리기로 했습니다. 아내 왈, 혹시 이 타운하우스가 잘 안 돼서 짐 어디에 맡기고 호텔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 집주인이 너무 얄미워서 더 이상 못 살겠답니다. 저도 동의했구요. 메일을 쓰면서 어찌나 통쾌하던지!!! 저에게서 최후의 한달까지 빨아먹을 수 있는대로 빨아먹으려고 한 거였는데, 제가 계약을 안 한다고 하니, 천상 집 파는 날까지 집을 비워두던가(그럼 렌트비 손해가 막심하죠.) 집 파는 걸 포기하고 새로 세입자를 구하던가 해야하는 상황이 된겁니다. 사실 집 파는 걸 포기하고 세입자를 새로 구한다손 치더라도 그 사이 기간 동안 렌트비 수입이 없어지고, 요새 이 지역 렌트비가 전반적으로 조금 내려서 렌트비를 낮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길래 처음부터 그렇게 얕은 수를 쓰지 않고, 합리적인 안을 제시했으면 서로 윈-윈 할 수도 있었을 것을 말이죠. 제대로 응징한 셈이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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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 타운하우스에 별탈 없이 입성했다면 제가 블로그에 토로할 정도의 고생은 아니었겠죠. 그렇게 순탄하게 진행되질 않습니다. :)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 쓸께요.


세입자가 정말 서러운 곳은 미국... 1 미국 정착기

예전부터 미국에서(정확하게는 제가 사는 실리콘 밸리에서) 살 집을 구하는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적으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정말 제대로 고생을 한 것을 계기로 실천에 옮겨봅니다. 에피소드만 적기엔 배경 지식이 좀 많이 필요한 편이라 두세편에 나눠서 적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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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살 수만 있으면 사라고 하죠. 투자 가치 때문에 그러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남의 집 사는 설움을 벗어나려면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조언을 많이 하십니다. 근데 미국에 와보니깐 한국은 그만하면 세입자의 천국이었구나 싶습니다. 

일단 미국은 월세 밖에 없는데 그 월세가 상당히 높아서 큰 부담입니다. 오죽하면 지난 미국 지방 선거 때 "집세가 정말 지랄맞게 높다 당"(The Rent Is Too Damn High Party)이란 정당마저 출현을 했을까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는 뉴욕 맨하탄이나 주요 대도시의 핵심 부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도시치고는 집값이나 렌트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초유의 명문 스탠포드대가 위치해있고, 전반적으로 학군이 좋다보니, 실리콘 밸리에서 풀린 돈이 다 이곳으로 모이면서 집값이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렌트비가 어느 정도냐면... 우리 나라 30평형대 정도 되는 연립 주택(아파트)이면 최소 2,000불에서 많게는 3,000불까지 월세를 내야 합니다. 타운하우스나 단독 주택으로 가면 가격이 더 올라가구요. 여기에 미국과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높은 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웬만큼 연봉을 받아서는 생활이 그닥 녹록치가 않지요. 

더욱 어이가 없는 건, 워낙 오래된 도시라서 이렇게 비싼 월세를 주고 빌리는 집 중 과반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다 쓰러져가는 수준의 집들이라는 겁니다. 여기선 1970년대에만 지었어도 새 집에 속하고 1950년대에 지은 집도 허다합니다. 우리 나라 분들은 그러시죠... 미국은 한번 지을 때 워낙 정성들여 잘 지어서 그렇게 오래 쓰는 거라고... 와서 직접 보시면 그런 말씀 못 하실겁니다. 다시 지으려면 워낙 돈과 시간이 많이 드니깐 조금씩 고쳐가면서 버티는 거지, 실제로 보면 오래 된 집들은 오래 된 만큼 열악하고 살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제가 사는 2층 짜리 아파트는 1970년대에 지었는데, 윗집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살살 걸어도 삐걱삐걱 울리니까요. 윗집에서 밤에 세탁기라도 돌리는 날에는 집 전체가 흔들립니다. 그래도 위에 적었듯이 저희 집 정도면 새 집에 속합니다. 1940년대에 짓고 대대적인 개보수를 하지 않은 집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 외풍이 엄청 심한데다 난방 시설이 너무 구식이라 겨울 동안은 집안에서도 늘 두꺼운 점퍼를 입어야 하는 집들이죠. 게다가 납 페인트의 위험까지 있는데... 에휴 여기서 줄이렵니다. 여하튼 정말 구리 구리 합니다. ^^; 물론 아주 오래 됐어도 리모델링을 잘 해놓은 집들은 겉보기엔 영락 없는 판자집인데 들어가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집 전체에 흐르기도 합니다만... 이런 집들은 보통 세 주는 집이 아니거나 세를 줘도 범접하기 힘든 가격에 나옵니다.

그렇다면 집 낡은 거야 낡았다치고, 세입자가 힘든 게 뭐냐? 여러가지 중 가장 치명적인 건 시세에 맞는 돈을 낼 의사가 있더라도 월세집을 찾기 힘들다는 겁니다. 미국이란 나라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아파트들처럼 밀도 높게 짓는 분위기가 아닌데다, 이곳 팔로알토는 워낙 오래된 도시이다보니 대단지로 개발된 연립 주택이 정말 손에 꼽습니다. 아마 100가구 넘는 연립주택이 10개 남짓? 땅값도 이미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지라 재개발은 상상도 할 수 없구요. 이렇게 용적율이 낮다보니 렌트로 나오는 집의 수 자체가 워낙 적은지라 원하는 지역과 가격 수준에 맞는 매물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희박한 확률을 요구할 뿐 더러, 그렇게 찾은 집이 내 맘에 들 확률까지 생각해보면 집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해볼만 하려나요? 거기에 어려움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여기서 집을 구하려면 많은 경우 집주인과 1:1로 연락하고 약속을 정해서 보고 다녀야 한다는 겁니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거의 상시 문의가 가능하지만, 위에 적은대로 팔로알토에는 그런 아파트가 몇채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매물 보고 연락해서 만나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정보 사이트 훑어보고 대충 맘에 드는 아파트 단지 미리 몇개 추려가서 부동산 도움을 받아 집 몇채만 보면 집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그리워진답니다. 

미국의 가장 유명한 거래 사이트인 craigslist. 
사소한 중고 물품부터 자동차, 집까지 거래되는데, 
특히 집 렌트는 거의 이곳을 통해 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 리스트를 보고 괜찮아 보이는 집들을 골라서 
일일이 다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 후 약속을 정해야 집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나서도 세입자의 고난은 계속 됩니다. 일단 공급이 적다보니 조건이 괜찮은 집은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면 바로 신청서를 제출해서 계약을 요청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그 자리에서 절대 OK를 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집을 보여주면서 신청서를 모두 받은 뒤에, 후보자들의 신용도, 범죄기록을 모두 조회하고 렌트 시작일 등을 고려해서 한명을 정한 뒤에 승낙을 해주죠. 그래서 렌트 신청서에는 '이런 걸 적어도 되는거야?!' 싶은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제 SSN(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데, 노출돼서 악용당하면 피해가 주민번호보다 훨씬 큽니다.), 운전면허번호(SSN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꽤 중요한 개인정보이고, SSN과 합쳐지면 위력이 배가됩니다;;;)는 기본이요, 연봉, 은행 계좌번호 및 잔고마저도 적고 있노라면 굴욕감은 물론이거니와, '이거 집주인이 딴맘 먹고 신용사기 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정도죠. 이런 조사를 통과한 사람들 중 누굴 세입자로 고를지는 100% 집주인 맘입니다. 일단 입주일이 너무 안 맞는 세입자는 보통 제외되구요. 나머지 후보 중 집을 깨끗하게 쓸 것 같고 사고 안 칠 거 같은 사람을 고르는데, 담배를 피거나 애완동물이 있으면 상당히 불리하고, 혈기왕성한 나이의 남자아이가 있는 가족들도 조금 피하는 눈치인 듯 하더군요. 다행히 한국 사람들은 세입자로 선호되는 편에 속합니다. 일단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기 때문에 카펫이나 바닥 손상이 덜하고, 집 자체도 깨끗하게 쓰는 편으로 알려져 있어서입니다. 이렇게 세입자의 면면을 보고 추리해서 한명을 선정한 뒤 그 사람과 입주일을 맞추는 집주인은 그래도 인간적이고 괜찮습니다. 가끔은 '무조건 일찍 들어온다는 사람이 장땡!'을 외치는 집주인도 있는데 그런 집을 꼭 잡으려고 하다보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실제 가능한 이사일보다 훨씬 빠른 계약일을 제시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첫달 렌트비 대부분을 날리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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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일단 집을 구하는데까지의 어려움을 간략하게(라고 해도 이xx 씨는 "길어서 안 읽었어요."라고 하시겠지만;;;) 적어봤습니다. 다음 번에는 계약 기간 중 및 만료 후의 어려움과 (가능하다면) 실제 제가 어이없이 겪었던 고생담을 올려보겠습니다.

참고로 위 얘기가 미국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상당 부분 공통된 부분도 있겠지만, 공급이 부족하다거나 집이 낡았다거나 등의 얘기는 완전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제가 사는 지역만 하더라도 바로 인근 다른 시(라고 해도 여기 시들이 워낙 작아서 서울로 치자면 옆 구 정도의 느낌?)로 가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어갈 수 있는 쌔끈한 새 아파트들이 즐비합니다. 학군, 학교 분위기, 생활 환경 등을 고려해서 팔로 알토를 고집해서 이 고생을 하는 거지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웃겨요. 한국에 살 때에는 그런 거 전혀 안 따지고 살았었는데 말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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